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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봄, 꽃 소월이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라 하였듯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꽃이 피어야 봄이 왔다고 생각한다. 백목련의 색은 그냥 흰색이 아니라 한없이 투명하고 서글픈 하양이다. 자목련을 예전에는 난잡한 꽃이라 여겼으나 제법 정갈한 자목련도 있었다. 나리의 축에도 못 끼어 '개'나리라 하지만 개나리의 노랑도 그냥 노랑이 아니다. 촌스럽고 싸보이고 흔한 꽃이라 생각되지만 그 노랑 속에는 아릿함과 처량함이 한가득이어서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치 않다. 아, 봄에 시름겨웠던 것은 이런 봄꽃들의 서글픔, 아릿함 때문이었구나. 2021. 3. 26.
[行] 경주 오릉 경주에는 불국사, 첨성대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찾는 곳도 있다. 오릉이 그런 곳이다. 오릉은 박혁거세와 알영 등 신라 초 왕과 왕비의 능 다섯 기가 있는 곳이다. 능도 능이지만, 이곳의 목련꽃과 소나무숲도 즐길 만하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나는, 목련꽃이 피는 계절을 맞아 비교적 한적한 오릉을 찾았다. 날이 조금 흐리고 바람이 조금 사늘하기는 하였으나 그건 그대로 운치가 있었다. 꽃 중 백목련을 무척 좋아하는데, 백목련이라고 해서 흰색은 아니다. 피어나는 백목련을 보고 있자면 '깨끗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깨끗함이란 순백이 아니라 오히려 아릿한 투명에 가까움을 생각하게 된다. 2021. 3. 20.
정전기방지 키홀더 겨울철이면 정전기 때문에 차를 타도 걱정, 사무실에서도 걱정,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정전기방지용 키홀더를 몇 가지 써보았는데, 그중 이 제품이 제일 괜찮았다. 물론 100% 정전기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95%는 완화시켜주는 것 같다. 저 동그란 고리 부분을 움켜쥐고 손이 닿을 부분에 먼저 접촉을 하면 정전기를 해방(?)한다. 그 순간 가운데의 창에는 정전기의 세기가 검은 줄(막대) 모양으로 표시되는데, 때로는 너무 강한 정전기에는 불꽃이 튀기도 한다. 불꽃이 튈 정도로 강한 정전기에도 그러나 직접 접촉했을 때 느끼는 고통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아, 세구나' 정도의 느낌과 소리가 난다. 아무튼 겨울철에 이 녀석 없으면 많이 힘들 듯하다. 이 녀석 덕분에 정전기 스트레스는 많이 .. 2021. 1. 21.
TEAZEN 흑당 로열 밀크티 신세계에 갔다가 슈퍼에서 미떼 오리지널을 사려 하였으나 팔지 않아 두리번거리다가 티젠 로열밀크티를 사왔다. 흑당도 좋아하고 밀크티도 좋아하니, 맛이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하나 타 먹어보고 바로 다 버렸다. 맛은 다분히 주관의 영역이어서 절대적으로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이 밀크티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흑당과 밀크티가 따로 노는 느낌. 게다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인공적인 맛과 향. 이런 건 좀 먹어보고 팔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신세계? 2021. 1. 20.
목공예 목공예 목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곧 싫증을 내겠지? 사무실에 일체형 오디오를 들이게 되면서 그걸 올려놓을 가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루 찾아보았으나 꼭 원하던 것은 찾기 어려웠다. 내가 원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원목일 것. 2. 불필요하게 크지 않을 것. 3. 기존에 있던 2단 cd 장식장을 밑에 넣을 수 있는 사이즈일 것. 라는 곳에 얼추 비슷한 것은 있었지만, 사이즈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문의했더니 제작 주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위 도면과 같이 주문하였다. 받고 나면 다시 사진을 올리도록 한다. 드디어 도착했다. 라는 공방에서 주문을 하였는데, 나름 만족스럽지만 에러가 났다. CD장의 가로 길이가 600이다. 그런데 탁자의.. 2020. 9. 21.
[영화] 택시운전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치를 크게 웃돌지 못하였다. 그건 영화 탓이 아니다.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러 이 영화가 아주 유명한 영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의 기대치가 컸던 탓이다. 유명해진 영화인 만큼 대략의 줄거리도 알고 있었던 것이 흥미를 반감시킨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둘째, 역사적으로 중요한 큰 사건을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가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 이를테면 광주민주화운동을 포함하여 임진왜란, 병자호란, 삼일운동, 한국전쟁, 6월항쟁, 세월호침몰사건 등을 다룬다면, 영화로서 일정 정도의 흥행이 담보됨과 동시에 특출나게 돋보이는 영화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2020. 8. 9.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필름 시대가 저물어가는 즈음, 잡지사 LIFE에서 사진 인화를 맡고 있는 40대의 월터 미티. 그는 특별한 일을 겪어 본 일이 없고, 딱히 어딜 여행한 적도 없으며, 같은 잡지사에 근무하는 마음에 둔 여성 셰릴에게 직접 대시를 할 만한 배짱도 없어 굳이 데이트 앱을 통해 셰릴에게 하트나 날리려 하는 소심한 인물이다. 그런데 잡지사가 온라인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LIFE지 인쇄판은 마지막호 간행만 남겨두고 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은 LIFE지에 사진을 게재할 때 전적으로 월터에게만 인화를 맡긴다. 월터와 숀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었지만, 월터는 숀의 촬영 의도에 가장 근접하게 인화를 해주던 숀의 최고의 파트너였던 것. LIFE지 마지막호 표지사진으로 써주길 부탁한 숀이 지목한 것은.. 2020. 8. 5.
[영화] 오피스 (feat.기주봉 아저씨) 스릴러? 공포 영화?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라고 하지만, 내게는 거의 공포 영화였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며 공포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흥미를 끄는 것이 스릴러라면, 이 영화는 분명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을 무대로 한 공포 영화. 그렇다고 귀신이 나온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보기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들의 마음이 이해는 되었지만, 아무튼 나는 피를 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융통성(임기응변)이 조금 부족하고 그저 성실하기만 한 인간이 따돌림을 당하는 회사 사무실, 이라는 설정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뭐 그거야 현실의 부조리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 복수를 한다는 설정도 비현실적.. 2020. 8. 4.
[커피] 네스카페 아제라 에스프레소 Nescafe Azera Esspresso 인스턴트 커피는 역시 맥심, 이라 생각하며 실은 네스카페엔 별다른 흥취가 없었다. ​ 지난 여름, 북유럽을 여행하다가 그만 가져간 베트남 커피 G7이 다 떨어져 커피를 새로 구해야 했다. (거의 커피 중독) ​ 에스토니아 탈린의 큼지막한 마트에 가서 커피를 고르다가 이 녀석, 네스카페 아제라를 발견하게 되었다. ​ 이 녀석의 가격은 당시 마트에서 6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느 인스턴트 커피들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애초에 네스카페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녀석을 사기로 결정한 이유는 였기 때문. ​ 그.런.데. 네스카페에도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있을 줄이야. ​ 얇은 크레마도 생성된다 우선 향이 기가 막힌다. "이게 에스프레소!"라고 말하는 듯 진하고 깊은 향이 난다... 2020.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