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에는 한쪽 눈이면 충분했다.
이 영화는 <엘르> 편집장이 희귀병에 걸려 왼쪽 눈을 제외하고 전신이 마비되어 왼쪽 눈만으로 1년 여간 작업 끝에 책을 출간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책 이름은 우리나라에 '잠수복과 나비'로 번역되어 있는데, 어쩐지 '잠수복'보다는 '잠수종'이 더 좋다.
간만에 본 낯익은 얼굴 막스 폰 시도우(주인공의 아버지역)도 반가웠다. '정복자 펠레' 이후 오랜만.
2008년의 첫 영화는 '원스'였고 두 번째 영화가 이 영화였다. 참으로 힘겹던 그때.
2008. 2. 17. 광화문 시네큐브
그리고 최근(2016년 말),
글렌 굴드의 음반을 듣다가 이 영화에 삽입된 곡이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피아노협주곡 5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굴드는 바흐에 정통한 거장으로, 허밍하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어떤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은 그의 허밍을 녹음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지만 그의 허밍도 연주의 일부분인 것 같다. 이 연주에서는 허밍이 잘 포착되지 않는데, 어쨌든 그의 바흐 해석은 그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그 색깔이,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