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등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 돌이켜 보면 감독의 영화는 그저 낭만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아픔'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 힘들었던 영화. 뭐랄까, 이와이 슌지의 단면(아픔에 천착하는)이 극대화된 영화랄까.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그 흐름은 힘겨움의 연속이고, 뭔가 속이 내내 불편했다. 나중에는 빨리 감기로 보기도 했던 영화. 어쩌면 물리적으로 속이 불편했던 것은 영화 때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만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저 종이 모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일본의 전통혼례에서 이런 비슷한 모자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름다웠다. 당신이 쓰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립 반 윙클은 미국 소설가 워싱턴 어빙의 <Sleepy Hollow>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으로 흔히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신부라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립 반 윙클은 소설 속에서 공처가로 나오는데, 어느 날 산에 갔다가 술을 마시고 취해 잠든 후 깨어보니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아내도 죽고 모든 게 변해 있었단다. 그런 것 아닐까, 눈 깜짝할 사이 몰라보게 달라진 상황, 자기 뜻과는 다른 현실. 영화 속 주인공이 겪었던 현실이 그러한 것들이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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