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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詩

문태준, 짧은 낮잠

by leitz 2015. 6. 29.



짧은 낮잠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질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맨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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