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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詩

천양희, 배경이 되다

by leitz 2017. 2. 6.


배경이 되다

-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너무 많은 입,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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