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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3

천양희,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문예중앙, 2014. 천양희 시인의 산문집. 시인의 시집을 여러 권 읽은 터라 이 산문집을 접하면서 '이건 어디서 많은 본 내용인데'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 당신의 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놓은 대목이 많아서다. 시인은 바람을 유달리 좋아하여, 그리하여 제목도 이렇다. 바람을 좋아하는 시인은, 고독과 시련을 자양분 삼아 운명처럼 시를 기다린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스스로를 (가끔) 다독이는 것이 시인의 삶을 사는 방식이고 그녀의 시에서도 그런 어떤 '비장함'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곤 한다. 지금도 나는 원고지 앞에 앉으면 사각형의 모서리가 절벽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은 말할 수 없이 절박한 순간이 된다. 쓰는 순간만은 나는 늘 죽음 하나를 데리고 쓰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언어의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 나.. 2017. 10. 28.
천양희, 배경이 되다 배경이 되다-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고내가 말했다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그가 말했다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내가 말했다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그가 말했다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내가 말했다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너무 많은 입, 창비) 2017. 2. 6.
천양희,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길이 되었다.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작가정신) 2017.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