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이/詩

박철, 반듯하다

by leitz 2015. 6. 6.


반듯하다

_후배 K에게

  

-박철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가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고 쉽게 쓰자

'산이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동순, 흘러간 날  (0) 2015.06.06
최두석, 매화와 매실  (0) 2015.06.06
이병률, 아주 넓은 등이 있어  (0) 2015.06.06
이정록, 뒷짐  (0) 2015.06.06
이문재, 개똥벌레  (0) 201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