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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Schumann - Fantasy in C Major, Op.17 III. Langsam getragen... - Kissin

by leitz 2017. 3. 5.




Schumann - Fantasy in C Major, Op. 17 - III. Langsam getragen, Durchweg leise zu halten - Evgeny Kissen

(Kissing plays Schumann, Sony, 2010)

이 연주는 1992년 10월 말 비엔나에서 녹음된 것이다. 


나는 종종 원곡을 씨앗에, 연주를 바람에 비유한다. 훌륭한 씨앗을 연습을 통해 잘 키워내다가 어느 순간의 연주라는 바람으로 내게 불어오는 곡. 슈만의 환상곡 가운데 키신의 이 연주도 그렇다. 

같은 연주자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바람을 불어보내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언제 처음 녹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005년에 SACD로 리마스터한 앨범의 연주는 또 다르다. 


닮기는 했지만 같지는 않다. 그 약간의 차이가 내겐 작지 않게 여겨진다. 

나중의 연주라고 해서 더 좋은 건 결코 아님을 또 알았다. 어디 연주뿐이겠는가. 

위 앨범을 듣고는 '음, 좋군' 했겠지만(위 앨범 연주는 나중에 들었다) 92년도 연주를 듣고는 '이 곡을 꼭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여 전자피아노를 장만해야 할까, 동네 피아노 학원에 부탁해서 틈이 나는 대로 가 연습을 해야 할까, 아니면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처럼 건반을 그려서 환청을 들으며 연습을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악보를 구해 보고 조금 아찔해지기는 하였지만.

서정적이고 격정적이며 달콤하고 처연하며 부드럽고 애잔한 연주.

이번 일본 여행 때 발견한 연주다. 내내 수십 번을 들었는데도 감동이 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