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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詩

복효근, 매미

by leitz 2017. 8. 3.

매미

     복효근

 

울음 수직으로 가파르다

수컷이라고 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울음뿐이었을 때

그것도 한 재산이겠다

 

배 속이 투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적빈으로

늘 난간에 매달려

기도 외엔 속수무책인 삶을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울음밖에 없었다면 믿겠나

 

7년 땅속 벌레의 전생을 견디어

단 한 번 사랑을 죽음으로 치러야 하는

저 혼인비행이

처절해서 황홀하다

 

울고 갔다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기라도 하다면

그 슬픈 유전자를

다시 땅속 깊이 묻어야 하리

그 끝 또한 수직이어서 깨끗하다

 

(『따뜻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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