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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계선 Gräns # 인간 # 트롤 # 경계선 Gräns ​ ​ 어둡고, 낮고, 다사로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포스터를 보고 처음 생각했다. 다 보고 난 뒤에 이 영화는 어둡고, 낮고, 다사롭고, 슬픈 이야기임을 알았다. ​ ​ # 냄새 ​인간이 진화를 하면서 가장 퇴화된 감각이 후각 아닐까 싶다. 주인공 티나는 세관에서 근무하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범법자를 감별해 낸다. 처음에는 후각을 이용해 술이라든가 마약과 같은 것을 찾아내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가 코로 맡을 수 있는 냄새는 그런 것뿐만이 아니었다. 증오심, 수치심의 냄새도 코로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난 이 설정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인간이 코로 사람 마음의 냄새까지는 맡지 못하겠지만 과연 인간은 감각들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기 때문이다. ​ 영화를 보고.. 2020. 7. 19.
[책]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애완동물 전성시대를 맞은 요즈음, 동물들을 소재로 한 유튜브도 많이 보게 된다. 이제는 동물들도 저희들끼리, 혹은 인간과 즐겁게 놀이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게 되었지만, 여전히 동물들의 즐거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면이 있는 듯하다. 동물들은 확실히 즐거움을 위해 놀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발적인 놀이일 때 혹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정도의 가벼운 놀이일 때에만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 우리는 동물을 더욱 비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직업적인 경력'에 대해 심사숙고하지는 않는 듯하며, 분명 은퇴 후에 이용할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도 않는다. 또한 자신들의 유전자를 최대한 퍼뜨리는 일에 매달려 골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2020. 7. 19.
[영화] 범죄의 여왕 한정된 장소 안에서 펼쳐지는 나름 재미있는 스릴러. 잠깐 지나가다 출현하는 안재홍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배우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영화. 피를 잘 못 보는 나로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도 조금 있었지만, 잔인한 장면이 주는 아니었고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행이 신선했던 영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배우들 연기도 평균적으로 매우 좋았다. 참 매력적인 엄마 역을 맡은 것은 박지영 씨. 호기심 한가득의 불굴의 여인. ★★★★ 2020. 7. 15.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정재영 정재영 영화는 대개 리얼리즘의 맛으로 보는 영화는 아니다. 과장됨, 상징성, 메시지, 그리고 극 중에 심취한 정재영만의 순수함이랄까 아우라랄까 그런 것들이 정재영 영화를 정재영 영화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니까 배우 정재영은 변화무쌍한 연기자는 아닐지라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 값어치를 하는 배우, 라고 생각한다. #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정재영의 영화들, 이를테면 로 대표되고 , 같은 작품이 뒷받침하는, 그저 그가 주연을 맡아 그의 영화답게 되어버린 영화들에서 정재영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로 등장하여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발한다. 물론 같은 작품은 보다가 '헐' 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그렇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다혈질 부장기자로 이 영화에 출연한 그는, 그러나 따뜻하고 (나름) 순.. 2020. 7. 12.
[국내] 청도 운문사의 가을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함께 세간에 널리 알려진 청도 운문사의 은행나무. 수령이 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두 그루가 나란히 이렇게 오래도록 건강할 수 있는 것은 암나무(좌)와 수나무(우)가 함께이기 때문일까. (얼핏 보니 왼쪽 나무에는 은행이 잔뜩 열려 있는데 오른쪽 나무는 그런 것 같지 않아 이렇게 추측했을 뿐이다.) 예전엔 언제든 볼 수 있었는데, 요즈음엔 은행나무가 있는 승가대학 쪽을 1년 중 며칠만 개방한다고 한다. 운 좋게도 개방을 시작한 지난 2019년 11월 1일에 가보게 되어 은행나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운문사의 장관 중 또 다른 하나는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가는 산책로의 수나무들이다. 소나무는 경주 남산 소나무, 태안 천리포(만리포) 소나무가 유명한 것으로 아는데, 운문사의 소나무 .. 2019. 11. 3.
[책] 위화(余華),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 그리고 영화로도 유명해진 등의 작가 위화의 강연집. 위화에게 '감옥'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였다. 그는 작가 초년 시절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디테일'에 감명을 받았고 작풍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오히려 함정, 곧 감옥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 시점에 만난 것이 카프카의 였다. 를 만나면서 위화는, 소설이란 자유롭게 쓰는 것, 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위화에게 첫 번째 스승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스승이 카프카였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감옥이기도 했지만 분명 처음의 소중한 스승임에 틀림없다. 감옥에서의 생활이 없었다면, 그는 카프카를 만나고도 그것이 자유임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최근 위화가 .. 2019. 6. 9.
[책]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문학동네, 2012. 매우 얇은 책이다. 시집 같은 책이다. 무척 흥미로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몇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첫째, 소설의 화자는 사랑하는 남자 A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A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A는 외국인으로서 동구의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것, 일 때문에 파리에 머물렀다는 것, 아내가 있다는 것, 물건을 집을 때 낚아채듯 집는다는 것, 푸른 눈에 큰 키의 남자라는 것 정도다. 끊임없이 화자는 A를 향한 자신의 욕망,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화자는 오로지 A와의 육체적 사랑만을 갈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육체적 사랑도 사랑의 소중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취향의 공.. 2019. 6. 1.
[만년필] REGAL the British Museum Commemoration Fountain Pen 출처: amazon.com REGAL the British Museum Commemoration Fountain Pen - M nib 싸고 좋은 물건은 참 드물다. 처음 들어보는 이 만년필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가 많기에 호기심에 구입해 보았다. 이 제품은 싸다. 3만 원 초반대에 구입한 것 같다. Massdrop에서 처음 보고 구입하려다가 어떤 이가, 차라리 아마존에서 사는 게 더 싸다고 하여 아마존에서 구입하였다. MD은 가끔 무슨 배짱인지 다른 곳보다 비싸게 공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위 사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내가 받은 실제 물건은 이렇다. 물론 뭐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이서일 수도 있지만, 처음 케이스를 열어보고(심지어 케이스도 저렴한 기운이 팍팍 느껴졌다) 만년필에 실망했다. 무게감은 있지.. 2019. 3. 13.
[만년필] 파버 카스텔 - 에센시오 파버 카스텔 만년필은 처음 써보았다.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느낌이 들고, Ef 닙이지만 긁히는 느낌 없이 아주 가늘지도 않게 써진다. 매우 만족스럽다. 2019.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