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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홍반장 -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by leitz 2020. 7. 29.

감독 강석범 / 주연 김주혁 엄정화 / 2004

 

이 영화는 2004년도 영화지만, 느낌상으로는 더 오래 된 영화 같다. 개봉 당시 상영관에서 직접 본 영화다. 누구와 함께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즈음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먼 훗날 이 영화를 떠올리면 이 사람도 함께 떠오를까. 허나 대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는 기억나지만 함께 본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당시에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이제 다시 보니 이게 정말 2004년도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낡았다. 엄정화가 낯설었지만, 김주혁은 반가웠다.

사실 이 영화를 다시 본 이유는 김주혁 때문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풋풋한 시절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김주혁 영화 가운데 두 번 이상 본 영화는 <방자전>(2010)이다. 두 영화 사이에는 6년이라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홍반장>이 30년도 더 된 영화 같다면 <방자전>은 최근작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두 영화 속 김주혁은, 내내 김주혁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홍반장>을 처음 볼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방자전>을 보고 <홍반장>을 다시 보니 김주혁은 김주혁이었다.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인간.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슬픔이 있는 인간. 

그도 어쩌면 존재 자체만으로 영화가 살아나는 그런 배우였는지도, 최소한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배우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일찍 간 것이 너무나 아쉽다.

아, 그런데 <홍반장>은 예산을 얼마나 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보기엔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 특히 조잡한 CG가 적지 않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 기주봉 아저씨가 나왔었구나. 기주봉 아주씨는 언제나 깜짝 출연하여 무지 반가운 얼굴!

지금 보면 좀 유치하기도 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낡지 않는 예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어째서 찰리 채플린 영화는 지금 보아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어째서 어떤 영화는 수년 전 영화인데도 까막득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잔재주에 기대지 않고 묵직히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 이 오래되어도 늘 새로울 수 있는 예술이 아닐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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