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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택시운전사

by leitz 2020. 8. 9.

감독 장훈 / 주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 2017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치를 크게 웃돌지 못하였다.

그건 영화 탓이 아니다.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러 이 영화가 아주 유명한 영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의 기대치가 컸던 탓이다. 유명해진 영화인 만큼 대략의 줄거리도 알고 있었던 것이 흥미를 반감시킨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둘째, 역사적으로 중요한 큰 사건을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가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 이를테면 광주민주화운동을 포함하여 임진왜란, 병자호란, 삼일운동, 한국전쟁, 6월항쟁, 세월호침몰사건 등을 다룬다면, 영화로서 일정 정도의 흥행이 담보됨과 동시에 특출나게 돋보이는 영화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충분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어려서부터 보고 들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때의 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느 정도 금기시되고 있는 듯한데, 왜 그러냐 하면 그때의 상황은 입에 올리기 힘들 만큼 참혹하고, 입에 올리게 되면 또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송강호의 연기야 나무랄 데 없었고 토마스 크레취만의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송강호가 택시를 몰고 광주를 빠져나와 순천에 들러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 시켜놓고 '광주에 빨갱이 폭도들로 군경이 진압에 나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문 기사를 듣고 보고는 꾸역꾸역 국수를 먹는 장면, 그리고 나서 택시를 몰고 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결국 택시를 멈추고 흐느끼다 광주로 되돌아가는 장면, 송강호라서 특히 잘 살려낸 감정선이었던 것 같다. 

순천에서 국수를 먹고 차마 그냥 서울로 가지 못하는 택시운전사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라면,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를 샛길(산길)로 빠져나가는 장면. 군인에게 검문을 당하는데, 트렁크에는 서울 번호판이 들어 있었던 것이 발각되는 순간. 서울 번호판 택시가 수배당한 상황에서 광주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전남 번호판으로 바꾸어 단 터였다. 그런데, 군인은 말없이 그냥 보내준다.  

트렁크가 아닌, 기발한 곳에 숨겼겠지, 하는 예상을 깬 점이 좋았다.
숨겨두었던 서울 번호판
서울 번호판을 보고도 그냥 보내주라는 박성학 중사